정신적 장애(발달장애와 정신장애)가 있는 형제를 둔 비장애형제 여섯 명이 쓴 소설 형식의 자전적 에세이다. 장애가정 안에서 비장애형제가 어떤 고민을 안고 어떻게 성장하는지, ‘장애인의 형제자매’로서 성인이 된 지금까지 어떤 혼란과 아픔을 겪었는지, 그동안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비장애형제의 깊은 속마음을 가감 없이 담았다.
우리 사회에서 비장애형제의 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다. 장애가족의 이야기를 책이나 영화를 통해 접하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대부분이 장애인 당사자나 그 부모가 겪는 어려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쩌다 비장애형제가 등장하더라도 ‘4인 가족’의 구도를 맞추기 위한 구색이거나 아무 존재감 없는 인물로 묘사되고, 혹은 가족에게 봉사하는 ‘천사 같은 아이’거나 장애형제의 존재를 싫어하고 부정하는 ‘반항아’로 등장할 뿐이다. 그러니 비장애형제가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방법이 별로 없다.
저자들 역시 자라면서 비장애형제를 만난 적이 없었고, ‘비장애형제가 아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부딪치면서 다른 비장애형제를 찾아 나선다. 어렵게 이뤄진 첫 만남에서 서로를 깊이 공감한 이들은 그동안의 어려움이 자신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에 크게 위안을 얻고, 자조모임을 만들어 ‘장애인의 형제자매’가 아닌 ‘오롯한 나’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이 책은 그 여정의 결과물로, 우리 사회에 분명 존재하지만 선명히 드러나지 않았던 비장애형제의 목소리를 전한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말한다. 가족과 사회에는 ‘우리가 여기 있다’고. 그리고 비장애형제에게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목차>
추천의 글 _ 고개를 들어 숨을 쉬어도 괜찮습니다 : 김원영(변호사,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저자)
들어가며 _ 이 책을 읽는 분들께
프롤로그 _ 그들의 첫 만남
태은 _ 나에게로 가는 길
진설 _ 남겨진 사람
미정 _ 당신들과 나 사이, 띄어쓰기
소진 _ 말할 수 없었던 비밀
해수 _ 우리가 처음 가족이 된 날
서영 _ 일단 나부터 껴안아 보기로 했습니다
에필로그 _ 그들의 일주일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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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5~6 이 책을 읽으며 ‘비장애형제’인 나의 누나를 생각했다. 누나는 내가 수술을 받기 위해 부모님과 함께 서울의 병원으로 떠나면, 할머니 할아버지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을 보내야 했다. 형제의 장애 정도나 부모님의 돌봄 상황 등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신체적 장애는 저자들의 말처럼 정신적 장애와 다를 것이다), 비장애형제를 하나로 연결...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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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2 우리는 비장애형제의 서사가 지금보다 더 많이 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이 말해지고, 이 세상에 더 널리 퍼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비장애형제가 장애가정 안에서 어떤 고민을 안고 어떻게 성장하는지 각자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아주 사소한 이야기까지 가감 없이 담아내다 보니 인명이나 지명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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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0~21 “비장애형제라…. 우리 같은 사람들을 ‘비장애형제’라고 부르는군요?”
처음 듣는 단어에 해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하자, 태은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맞아요, 장애인의 비장애인 형제, 비장애형제. 미정 님처럼 저도 그 캠프 뒤로 비장애형제를 또다시 만날 기회가 없었지만, 캠프에 대한 기억은 좋게 남아있어요. 최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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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46~47 친구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마저도 태은은 장애인 동생과 가족 이야기를 했다. 비장애형제라는 정체성에 몰두한 나머지 가족 안에서도 동생의 진로와 교육에 깊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어머니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하고 참견을 하면서 태은과 어머니는 점점 밀착되어갔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비장애형제라는 것 말고 진짜 ‘나’는 어떤 사람이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야. 그래서한동안 사람들을 만나면 최대한 동생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해 봤어. 그랬더니 할 얘기가 없더라고. 비장애형제가 아닌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던 거야.”
나 자신의 가치가 다른 존재에게 달려있다면 그 삶은 과연 나의 것일까? 태은은 있는 그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장애인 동생의 착한 언니가 되는 것만이 유일한 존재 가치라고 여겼던 어린 시절의 자신이, 사랑받으려고 끊임없이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 가족의 요구에 맞추려고 노력했던 자신이 처음으로 불쌍하게 느껴졌다.
-- <태은 _ 나에게로 가는 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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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책소개 내용 발췌-